이 글은 2022년 12월 15일에 작성되었으며
2022년 9월 17~18일의 경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이 작성 시점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17일 마지막 아일랜드에서 다이빙까지 마치고 이제 마지막 밤입니다.
마지막엔 아싸하우스에서 함께했던 분들과 함께합니다.
저랑 한달내내 같이 해주고 앞으로 2주도 같이해줄 민지누나
AIDA2 세션을 같이해준 다솜누나와 늘 함께 계시는 순건형
늦게 아싸하우스에 와서 같이 스쿠버다이빙하고 시나이산도 간 진우형
집들이도 다이빙도 같이 했던 부부분들
아싸하우스에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가서 거의 홀로 한달을 살게되는 지혜누나까지!
16,17,18 이날을 기점으로 아싸, 오르카하우스에서 많이 빠지더라고요..!
같이놀던 사람들이 다같이 빠진다고 다합이 바뀌겠냐 싶지만 그래도 다같이 빠지니까 덜 외롭습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보내주지 않고, 내가 누군가를 남겨두고 떠나는 느낌을 크게 주지는 않기에 다행이에요.
마지막 밤은 홀덤입니다.
왜인지 홀덤판이 깔렸습니다.
"저희 내일 8시 택시인데요.."
"괜차나 한판만 더 하고 가"
그렇게 새벽 3시반까지 했습니다. 100egp 꿀꺽.
그렇게 아침에 늦잠을 자버리고 짐도 안 쌌는데 7시 50분 민지누나가 깨우러 왔습니다... 망했어~~~
이렇게 다합을 떠납니다....
다합 안녕
사진과 함께 적어보는 감정적인 글.. ㅎㅎ
안녕, 다합.
다합이란 곳은 18년도 유럽 교환학생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포스팅 예정). 배낭여행자의 블랙홀이라고 하면서 다이빙을 매일같이 한다는데, 다합을 다른 두사람한테 들었기에 언젠가 꼭 가봐야지라고 다짐했던 곳이었습니다. 무턱대고 왔지만, 여길 왜 찾아왔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이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 제가 여길 온 이유는 뭐였을까요. 이성적인 생각보다는 그냥 옛날부터 가고싶었던 곳이기에 그리고 다이빙에 도전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럼 저도 내일 갈게요!"
Ep.1에 쓴 것처럼, 아.무.계.획.없.이 찾아왔습니다. 언제 갈지 언제 나올지, 어디서 묵을지조차 정해두지 않았던 곳입니다. 이집트행 비행기에서 만난 모녀분들과의 대화속에서 '그럼 저도 내일 갈게요' 라는 말과 함께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아 거실 소파에서 신세를 지고 모녀분들을 따라 아싸하우스로 들어와 짐을 풀기 시작합니다.
“다합은 뭘 하려고 있는 곳이 아니야”
다합 도착 후에 여기서 한달이나 뭘 하면서 보내지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먼저 다합을 다녀간 선배한테 조언을 구했더니 다합은 무엇을 하기 위해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합니다. 단지 좋은 사람들이랑 재밌게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말을 이해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세션이 있을 때는 세션을, 없을 때는 늦게 일어나서 뒹굴다가 배를 채우고 쉬다가 장비를 챙겨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자유롭게 물속을 노다니고 장을 보고 저녁을 같이 해먹고 영화도 보고 시시콜콜 떠들기도 밤바다를 걸으며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오늘은 뭐먹을래 하고 고민하고 장을 보고 요리하기, 영화와 보드게임, 비생산적인 대화같은 지.극.히 평범한, 한국에서도 할 수 있기에 굳이 다합에서 할 필요 없는, 일상들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강박적으로 무언가 해야하겠다는 마음은 접어두고 시간을 보내주기, 다합에서 제 모토였습니다.
“꽤나 바쁘게 살았네요”
시간을 보내주는 와중에도 부지런하게 보냈습니다. 스쿠버, 프리다이빙 자격증 취득, 블루홀 캐년 나이트다이빙, 베두인카페와 밤낚시, 시나이산과 페트라, 크로스핏과 풋살 명상까지 다합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하고 떠납니다. 다합에서 못해서 아쉬운 건 전혀 없습니다.
‘만남은 길게 이별은 짧게’
그러나 다합에서 사람을 매순간 떠나보내는 일은 너무나 아쉽고 어려웠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남은 짧고, 특히나 홀로 와서 오래 머물다가 떠나는 다합에서의 삶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하루하루 매순간 사람을 배웅하는 것이 어렵고 힘듭니다. 재밌게 놀면서 정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더 오래 있으라고 붙잡기도, 떠난 후에 허무함이 싫어서 미리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19년도 인도에서 느꼈던 후회가 떠올라 마음이 불편합니다. 앞으로의 여정과 새로운 만남에서는 만남은 길게 이별은 짧게 가져가야겠습니다.
“밖에서 만난 사람들은 또 밖에서 만나니까요”
다합에서의 한달은 참 즐거웠습니다. 물이랑 친하지 않던 제가 숨을 참으며 물속을 돌아다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편하게 보내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잠수내기와 타버린 피부, 그리고 그 경계는 덤이지요. 오랜만에 막내가 된 기분 역시 너무나 즐겁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만나고 함께 했다는 것이지요. 그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그들의 여행을 듣는 것만으로 설렘이 가득합니다. 3년 뒤에 저는 어떤 곳에 있을지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기대되고 설렙니다. 밖에서 만난 사람들은 또다시 밖에서 만난다고 합니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을 밖에서 언젠가에 우연히 다시 볼 날을 기대해봅니다.
과거 여행들을 떠올려봤을 때 기억에 남는 건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곳입니다. 그런 점으로 봤을 때 다합은 여행지 중 최고의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즐거운 기억이 덮여씌워지는 것이 싫기에 다시 찾아가지는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4주동안 함께해준 모든 분들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남은 여행을 함께 해주는 특별한 두분은 더 미리 감사합니다.
22 여름, 다합이었ㄷr.
안녕, 다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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