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7월 23일에 작성되었으며
2021년 10월 2일의 경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이 작성 시점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19년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탭생활을 하며 한 달 살이를 하는 동안 오셨던 게스트분께서 지리산 종주라는 걸 알려주시고 버킷리스트에 넣어놓았던 컨텐츠(?)였습니다. 그때 분명하게 들었던건 대피소를 예약해서 "2박 3일 또는 1박 2일"로 화엄사부터 대원사까지를 종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버킷리스트에 담아두고 20 여름에 하려고 알아보았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대피소 예약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포기하던 찰나에 진짜 고수들은 "당일"로도 마친다는 말을 듣고 그러면 당일로 하면 되겠다라는 무식한 생각으로 다녀왔습니다.
'언젠가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담아만 두고 있다가 21년 가을 석사과정 3학기에 점점 나태해지고 의욕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무식하고 용감하게 지금 다녀와야겠다 생각하고 다녀왔습니다!
준비물 : 배낭, 등산화, 등산스틱, 바람막이, 선크림, 발열도시락 3개, 에너지젤, 에너지바, 연양갱, 수건, 레깅스, 양말, 무릎보호대, 자전거 전조등 (헤드랜턴 없어서)
다녀온 뒤에 느낀 걸로는 헤드랜턴은 정말 필수입니다. 등산스틱 때문에 전조등을 손에 제대로 들 수가 없어요.
발열 도시락은 2개만 있어도 됐고 양말도 굳이 여벌로 챙길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은 중간중간 보급이 많아서 500 두병이면 충분하고 등산스틱도 개인적으로는 큰 도움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지성으로, 가기 5일 전쯤 인스타에 저렇게 동행 구해보고, (물론 혼자 갔습니다) 등산화는 있어야겠다 싶어서 인터넷으로 3만원짜리 등산화를 하나 구입하고 위에서 밥도 먹어야되니까 발열 도시락과 에너지젤 등을 가득 주문해뒀습니다.
4시에 연구실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한숨도 못잠) 기차시간 맞춰서 배낭 꾸리고 서대전역으로 갔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등산객으로 바글바글할 줄 알았는데 등산객이 별로 없더라고요..? 이때부터 조금 무서웠습니다.
구례구역에 내리면 기차시간에 맞춰서 택시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기사님들이 나오는 사람들 보고 화엄사 / 성삼재로 탁탁 나눠서 택시에 태워줍니다. 전부 합승 개념이고 인당 요금으로 화엄사 13,000원 / 성삼재 20,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화엄사 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저는 화엄사 들렸다가 성삼재 가는 택시를 타서 빨리 성삼재 가신다고 화엄사 등산로 멀리에 떨어뜨려주고 가셨습니다..
새벽에 화엄사 도착하시면 문이 닫혀있어서 도장을 어떻게 찍어야할지 난감하실텐데 위 사진에서 나오지 않은 오른쪽으로 가시면 철문이 하나 있습니다. 철문 옆 틈으로 가시면 됩니다
비슷한 시간에 화엄사에 도착하는 안내 산악회분들이 있어서 껴서 올라가려그랬는데 제가 갔을 때는 이미 올라간 이후더라고요. 다행히 남아계신 4분의 러닝크루분들을 만나서 함께 올라갔습니다.
코재까지 경사가 엄청납니다.. 서있어도 코닿는 경사라고 코재라고 불린다는 악명 높은 첫 등산길인데요, 정말 경사가 엄청납니다. 왼쪽 사진까지만 가면 여기부터는 평지구간입니다. 이렇게 조금만 더 가면 노고단이 나타나는데요,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정말 바글바글합니다. 라면냄새는 덤이지요. 정말 라면냄새 맡으면 힘이 나면서도 포기하고 내려가고싶다는 생각 가득해져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듯 러닝크루분들 따라온다고 오버페이스로 달려서인지 조금 오래 쉬고 다시 나아갑니다.
혼자 걷다보면 저멀리 해가 뜨는 여명도 보이고 중간중간에 반달가슴곰 조심하라는 경고문도 많이 나와요. 나중엔 빨간색으로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고 강한 경고도 나타납니다.. 다행히 저는 안 만났네요!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경계가 만나는 삼도봉을 지나게 됩니다. 국경 건너는 기분으로 신나는 순간이에요. 그렇게 더 걷다보면 화개재라는 쉼터도 하나 나타납니다. 쉼터라기보다는 나무 데크로 다니기 편했던 길이다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네요.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해서 인증사진 하나 남겨주고 발열도시락을 꺼내서 물을 부어줍니다. 연하천 대피소에는 물 보급이 있습니다. 벤치 바로 뒷편에 흐르는 물로 발열도시락도 만들어주고 물병 2개도 다시 가득 채워줍니다. 밥을 먹으면서 화대종주 했던 사람들의 타임페이스를 보고 옆에 계신분들께 페이스를 여쭤보며 집에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먹은만큼 나아간다고 밥을 후다닥 먹고 깨끗이 정리하고 다시 나아갑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벽소령 대피소까지 또 한참 걸어갑니다. 가다보면 끝없이 펼쳐져있는 산 사진으로 감동과 함께 웅장함에 잠시 쳐다만 보기도 합니다. 이름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형제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형제봉을 손 위에 얹고 사진도 찍어봅니다. 놀라운건 저 멀리 보이는 연하천대피소부터 오는동안 지나오는 길입니다.
(분명 아저씨가 손바닥 펴보라고 하고 위치 정해주셨는데 받아보니 이런 사진이었습니다.)
또 걷다보면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표정과 자세가 다 말해주고 있습니다. (점점 변해가는 표정을 살펴보시는 것도 꽤나 재밌을 것 같습니다.)퍼졌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때부터는 한발한발 내딛을 때 발도 아프고 많이 지칩니다. 여기는 물을 담을 수 있는 계곡물은 없지만 매점이 있습니다. 잠깐 쉬었다가 매점에서 물 한 병 구매해서 다시 나아갑니다. 갈 길이 멉니다, 이러다 막차가 끊길지도 모릅니다.
세석 대피소까지 가는 길입니다. 마찬가지로 가는 길에 아름다운 산 풍경이 펼쳐져있습니다. 또 중간에 저렇게 물 보급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물이 콸콸 나오는 편은 아니라서 등산객분들이 줄 서서 물을 받게 됩니다. 줄 서서 물을 받다보면 어른들께서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십니다. "화엄사에서 왔습니다." 라고 대답드리면 엄청 대단하다며 놀라시고 혼자 왔음에 한번 더 놀라십니다. 다들 "젊은 양반이 대단하네"라고 한마디씩 해주시는데 이게 정말 감사하고 힘이 됩니다.
21년 10월 기준으로 세석 대피소는 공사중이었습니다. 조금 우회해서 가야했고 물 보급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기에 도장만 찍고 후딱 넘어갑니다.
세석 대피소에서 넘어가서 얼마 안 가서 뒤돌아보면 세석평전이 깔려있습니다. 세석 평전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고위평탄면이라고 하네요.
쉴틈이 없습니다. 장터목대피소까지 달려야합니다. 그리고 체력적 한계 및 버스 막차문제로 화대종주를 포기하고 중산리로 하산하는 화중종주로 변경합니다.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연하선경입니다. 단풍으로 물들기 직전 가을색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연하선경.. 참 아름답고 정직한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저 길을 쭉 따라 걷는 사람들이 보이면서 내가 걸어가야할 길이 저기구나, 정직하게 다 보여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가까워보이지만 상당히 멀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저 연하선경을 지나면 장터목 대피소입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도장 하나 찍고 물도 하나 사서 천왕봉으로 어서 올라가야지요. 정말 지쳐있는 표정 보이시나요..? 10월달까지는 16:30까지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11월이었다면 정말 가까스로 물도 못마시고 통과했을 것 같아요.
천왕봉 가는 길도 꽤 쉽지많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경사도 가팔랐고 밧줄 하나 잡고 큰 바위를 넘어가는 곳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약 한 시간 정도 가면 '지리'라고 쓰인 위치표지판(?)도 나타나며 천왕봉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천왕봉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사방에 펼쳐져있는 능선들과 구름과 같은 높이에 있는 제 모습까지. 힘들게 올라왔던 이유가 천왕봉을 위해서였구나, 참 아름답구나 라는 생각에 잠깁니다. 조금 더 오래있고 싶지만 중산리까지 빨리 내려가야합니다. 막차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대원사는 11.7km 중산리는 5.4km가 남았습니다. 6km 차이지만 저때 속도로는 2시간 반 정도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5.4km 남은 중산리로 후다닥 내려옵니다. 진주로 가는 막차시간이 19:30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5.4km 두시간 반 정도 남았으니 이정도면 괜찮겠다 생각하고 내려옵니다. 다리는 많이 풀려있고 정신력과 악바리로 차근차근 내려옵니다.
지도를 보며 내려오는데 생각보다 페이스가 나지 않습니다. 천왕봉에서 17시 경에 출발했는데 로터리 대피소 기점을 18시 5분에 통과하였습니다.
(로터리 대피소 기점에서는 차량으로 중산리까지 내려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6시쯤이 막차라고 해주셨던 것 같네요.)
직원분께서 하산이 꽤 늦으셨다고 해가 지니까 위험하다 빨리 내려가라고 말씀해주십니다. 그러면서 중산리탐방안내소까지 3.3km가 남았고 버스 터미널은 거기서 1.9km 더 떨어져있다고 하신다.. 쉽지 않으실거라고 기도드린다며 빨리 내려가라고 해주시는데 이때부터 내 발은 통증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소리지르면서 뛰어내려갔고 1시간 10분에 걸려 1.9km를 내려왔었는데 남은 3.3km를 한 시간에 달려 내려왔습니다. 중간에 다리에 쥐가 나서 119를 부른 등산객분도 계셨는데 안전하게 하산하셨길 바랍니다.
그렇게 달려내려온 중산리 탐방 안내소입니다. 마지막 도장 찍어주고 택시를 타고 바로 아래에 있는 중산리 터미널까지 내려갑니다. 택시비는 미터기 키지 않고 5,000원입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 다리로 어떻게 뛰어내려올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막차시간이 가장 큰 동기부여였나봅니다.
내려와보니 다행히도 막차시간은 19:50이었습니다. 여유가 있어서 옷도 갈아입고 음료수도 한병 마셔줍니다. 중간에 트랭글 에러가 나서 제대로 동작 안한 구간도 있는데, 아마 40km정도 걷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처음해본 새벽산행에 무박산행이었습니다. 진주에서 하루 묵고 대전으로 올라가며 지리산 무박 화중종주를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화중종주는 위와 같은 인증수첩이 있습니다. 화엄사 / 노고단 대피소 / 연하천 대피소 / 벽소령 대피소 /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 안내소의 7개 도장을 찍으면 종주기념메달을 줍니다.
종주 수첩은 구례군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해서 10,000원으로 발급받을 수 있으며 우편을 통해 인증수첩과 지리산 안내도를 함께 보내줍니다. 지리산 종주를 계획중이신 분들은 인증수첩으로 기념메달, 기념품 받으시는 것도 꽤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지리산 화중종주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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